천로역정 줄거리
제1장
낙심의수렁(The Slough of Despond)
천로역정(天路歷程) 이야기의 시작
나는 황량하고 거친 세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늑한 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자는 동안 꿈을 꾸었습니다.
멸망의 소식을 접한 '크리스챤'의 고뇌
한 사나이의 모습이 꿈 속에서 보였습니다. 그는 손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진 초라한 사나이였습니다. 그는 마치 집을 떠나온 나그네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극심한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습니다. 마침내 그는 하늘을 우러러 신음하며 낮게 절규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그의 이름은 '크리스챤'이었습니다. 그는 그가 보고 있던 책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멸망의 도시'가 언젠가 하늘로부터 내려온 불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읽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그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아내와 네 명의 자녀들 모두 이 불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멸망의 소식을 들은 가족의 반응
곧바로 '크리스챤'은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자녀들에게 그 무서운 사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가족들은 몹시 놀랐지만 도무지 얼토당토한 이야기로 들렸기에 수긍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를 미친 사람처럼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가족들은 '크리스챤'을 잠자리에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수많은 번민으로 인해 괴로워했습니다. 그는 계속되는 한숨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그의 상태를 염려하는 가족들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안 좋아졌어. 어제보다 더 안 좋아졌단 말야." 그리고는 어제 말했던 그 이야기를 또다시 되풀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빈정거리는 말투로 그를 대했으며 엄하게 나무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가족들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방황하는 '크리스챤'
가족들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한 '크리스챤'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홀로 벌판을 이리저리 거닐었습니다. 그는 무거운 짐을 계속 진 채 어제 읽었던 그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그에게 닥친 재난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조급할 뿐 어찌할 바를 몰랐기에 선뜻 갈 길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전도자'와의 첫 만남
그때 '크리스챤'은 맞은편 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어떤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전도자'였습니다.
"'저, 이것 보세요. 제가 보기에 당신은 참으로 슬퍼 보이는데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시나요?"
'전도자'가 '크리스챤'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장차 무서운 심판이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제서야 알았어요. 바로 이 책에서 말입니다. 이 책에 쓰여 있는 대로 어서 피해야해요. 그런데 제 등에 매달려 있는 이 무거운 짐 덩어리 때문에 정말 걱정이에요. 전 이 짐을 없애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마 이 짐이 저를 죽음보다도 더 무서운 곳으로 끌고 갈 거예요."
다시 '전도자'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곳에서 머뭇거리고 있나요?"
"어느 방향으로 가야 제게 닥칠 멸망을 피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좁은 문'을 제시하는 '전도자'
그러자 '전도자'는 한 손으로 꽤 멀리 보이는 넓은 벌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쪽에 있는 좁은 문이 보입니까?"
"어디요? 아니, 보이지 않는데요."
"그럼 저 찬란한 빛은 보이나요?"
'크리스챤'이 대답했습니다. "예, 보이는군요. 아주 밝은 빛이 보여요."
'전도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저 빛이 보이는 쪽으로 계속 걸어가세요. 그 빛에 가까이 가면 작은 문이 보일 겁니다. 그 문을 두드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 줄 거예요."
순례의 여정(旅程)을 만류하는 가족
이 말을 듣자마자 '크리스챤'이 힘차게 뛰어가는 것을 나는 꿈 속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다지 멀리 가지 못했을 때 그는 아내와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라고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의 간절한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크리스챤'은 '전도자'가 안내해 준 길을 향해 더욱 열심히 뛰어갔습니다.
순례의 길을 방해하는 이웃들
정신없이 달려가는 '크리스챤'의 모습을 이웃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들로부터 조소를 당하기도 했으며, 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라고 타이르는 이웃도 있었습니다. '완고'와 '유약'이라는 두 이웃은 그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강제로라도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들 두 사람과 '크리스챤'과의 거리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크리스챤'을 계속 쫓아갔습니다. 마침내 그들은 '크리스챤'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의 권고를 외면하는 '완고'
'크리스챤'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아니, 무슨 일로 이렇게 황급히 저를 쫓아 오셨어요?"
"당신을 잘 타일러 집으로 데려가려고 쫓아 왔어요."
그러나 '크리스챤'은 "아니,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들은 '멸망의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곳은 곧 멸망하게 되요. 그러니 그곳을 벗어나고 싶거든 나와 함께 가도록 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완고'가 이를 반박하며 나섰습니다. "뭐라구요? 우리의 안락한 생활을 팽개쳐 버리고 당신과 함께 가자구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구요."
"제 말을 잘 들어 보세요.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것들은 제가 찾는 영원한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어요. 지금 제가 향하는 그곳에서는 우리 모두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자, 이 책을 한번 보세요."
그러나 '완고'는 '크리스챤'의 간절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저리 치워요. 나는 그따위 책에는 관심이 없어요. 우리와 함께 가겠소, 안 가겠소? 그것만 얘기해요."
'크리스챤'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완고'에게 말했습니다.
"싫어요. 난 내 갈 길을 가겠소."
순례의 길을 결심한 '유약'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유약'은 '크리스챤'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을 무조건 부정할 순 없어요. 전혀 엉뚱한 말 같지는 않아요. 난 '크리스챤'의 말을 믿어 볼까 해요." '유약'은 '크리스챤'을 따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니, 당신도 어떻게 된 거 아니오? 알아서들 하시오. 나는 집으로 돌아갈테요. 당신들처럼 분별없고 정신나간 사람들하고는 상대하고 싶지도 않소." '완고'는 이렇게 쏘아 붙이고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가 버렸습니다.
천국에 대한 두 순례자의 대화
이렇게 해서 '완고'가 떠난 뒤에 '크리스챤'과 '유약'은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넓디 넓은 벌판을 함께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자, '크리스챤' 씨, 지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또 그곳에서는 무엇을 얻게 되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봐요."
그러자 '크리스챤이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어요. 또한 영광스러운 면류관을 쓸 수 있고 찬란하게 빛나는 옷을 입게 될 거예요."
"생각만 해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네요. 또 다른 것은 없나요?"
"그곳은 우리가 살던 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이랍니다. 지금까지는 늘 슬픔 속에서 지냈지만 이제 그곳에 가면 더 이상 슬퍼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가 흘린 눈물을 모두 닦아 주시거든요."
이에 '유약'도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 마음이 흐뭇해지네요. 매우 유쾌합니다. 나의 다정한 친구여, 우리 좀 더 속력을 내서 걸어요. 그곳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요!"
그러자 '크리스챤'이 가쁜 숨을 내쉬며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난 내 등에 짊어진 이 무거운 짐 때문에 당신처럼 빨리 걸을 수가 없어요."
'낙심의 수렁'에 빠진 두 순례자
그리고 나는 그들이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벌판 한 가운데에 있는 수렁에 다가가는 것도 모른 채 그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을 꿈 속에서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 수렁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만 두 사람 모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수렁은 바로 '낙심의 수렁'으로 이곳을 지나갔던 많은 사람들이 빠졌던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다 온 몸이 진흙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크리스챤'은 등에 진 무거운 짐으로 인해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들어가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유약'이 '크리스챤'에게 소리쳤습니다.
"'크리스챤' 씨, 도대체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요?"
"아, 나도 모르겠어요."
'유약'의 불평과 포기
순간 '유약'은 '크리스챤'의 말에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노한 목소리로 다그쳐 물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이제껏 나에게 말한 행복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인가요? 얼마 떠나지도 않아 이렇게 어려움을 당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어려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오?"
'유약'은 간신히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짐이 없었기 때문에 '크리스챤'보다 쉽게 나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유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자기 집으로 달려가 버렸습니다.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크리스챤'
'유약'이 떠난 뒤 수렁 속에 혼자 남게 된 '크리스챤'은 좁은 문이 있는 목적지를 향해 기어 오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드디어 그 주변까지 다다르긴 했지만 등에 진 그의 짐 때문에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챤' 앞에 나타난 '도움'
바로 그 때 '도움'이라 불리우는 사람이 '크리스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을 보더니 그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그곳에 빠졌나요?"
"'전도자'라는 분이 이 길로 가라고 가르쳐 주었어요. 그런데 걸어가다 그만 이런 지경이 되었답니다."
"아니, 왜 징검다리를 못보았소?"
'크리스챤'이 이에 대답했습니다. "그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보지를 못했어요."
'도움'의 원조
"자. 이리 손을 내밀어 봐요." '도움'은 즉시 그를 수렁에서 끌어 올리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곳은 바로 낙심의 수렁이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자주 빠졌지요. 바로 당신처럼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이라오. 이곳에는 두려움이나 공포, 의심이나 낙심 따위가 가득 고여 있소. 그러므로 수렁이 이러한 진흙들로 잔뜩 고여 있을 때에는 징검다리를 찾기가 힘들답니다."
'세상 지식인'과의 만남
이렇게 해서 '크리스챤'은 '도움' 덕택에 자신의 길을 다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혼자 쓸쓸히 걸어가고 있는데 벌판 저편에서 어떤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는 '크리스챤'이 살고 있는 옆 동네. '책략'이라는 큰 도시에 살고 있는 '세상 지식인'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크리스챤'과 마주치자 그를 알아보는 듯했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스챤'이 '멸망의 도시'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는 소식이 다른 이웃 마을뿐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숱한 화제를 뿌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잠깐만요,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 가시나요?"
'세상 지식인'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물어 보았습니다.
"바로 저쪽에 있는 좁은 문으로 가기 위해서랍니다."
그러자 '세상 지식인'은 다시 '크리스챤'에게 물었습니다. "부인과 자녀들은 없나요? 왜 혼자 걸어가시오?"
"아주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녀들이 있지요. 그러나 제 등에 매달린 이 무거운 짐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없었어요. 그들과 즐거움을 나누다가는 더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될 것 같아서 이 길을 걷게 되었답니다."라고 '크리스챤'이 대답했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이 험난한 길을 안내해 주었나요?"
"참 진실해 보이는 '전도자'라는 분이었어요."
'세상 지식인'의 달콤한 유혹
'크리스챤'의 대답에 '세상 지식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사람인 것 같군요. 지금 당신이 가는 길보다 더 험난한 길은 없을 거예요. 당신은 이미 '낙심의 수렁'에서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자, 이제 내 말을 들어 봐요. 나는 당신보다 더 많은 일들을 겪었고 인생 경험도 아주 풍부하다오. 당신이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앞으로 고생은 말 할 것도 없고, 사자와 용과 암흑 따위의 무서운 것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아니 결국은 죽을지도 몰라요. 그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에요. 어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말에 솔깃해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지푸라기처럼 버린단 말이오. 내 말이 틀림없이 맞을 것이오."
끈질기게 유혹하는 '세상 지식인'
잠시 숨을 돌린 후 '세상 지식인'은 다시 '크리스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자, '크리스챤'씨 다시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봐요. 그곳은 정말 위험한 곳이란 말이오. 그 짐이 문제라면 내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르쳐 주면 되지 않소. 여기서 가까운 마을에 '적법'이라는 분이 살고 있어요. 사리를 잘 판단하는 인자하신 분이지요. 그는 당신처럼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의 고통을 벗게 해 주는 기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짐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닌 사람도 잘 고친답니다. 아마 당신도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 집은 이곳에서 일 마일도 채 되지 않는 곳에 있으니 한번 가 보는게 어떻겠소? 혹 그분이 집에 안 계시더라도 그분의 아들 '정중'을 만나 보도록 하시오. 그도 당신을 도와줄 것이오. 그리고 만일 당신의 아내와 자녀들을 이 마을로 데리고 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그곳은 마침 비어있는 집이 있어서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을뿐더러 값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쉽게 살수가 있어요."
유혹에 현옥되는 '크리스챤'
'크리스챤'은 순간 '세상 지신인'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험난한 여행을 포기하고 그의 말에 따르기로 결심하고는 그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세상 지식인'씨, 그분의 집으로 갈려면 어느 쪽 길로 가야 하나요?"
이에 '세상 지식인'은 아주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선 저기 보이는 저 언덕을 넘으세요. 그러면 마을이 나타나는데 그 중 첫 번째 집이 '적법' 씨의 집입니다."
위험에 봉착한 '크리스챤'
그래서 '크리스챤'은 가던 길을 되돌려 '적법'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언덕 주변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실로 엄청난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상 지식인'이 말한 언덕은 마치 산처럼 매우 높고 가파라서 넘기도 전에 겁부터 났고, 금방이라도 우뚝 솟아 있는 산이 그의 앞으로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 '크리스챤'은 점점 실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크리스챤'을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그의 짐이었습니다. 또 그 불에 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제서야 '크리스챤'은 '세상 지식인'의 말에 따른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지식인'은 '크리스챤'을 그릇된 길로 인도한 것이었습니다.
'전도자'와의 재회
바로 그 때 '전도자'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크리스챤'을 꾸짖으려는 듯한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부끄러워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전도자'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멸망의 도시'에서 울고 있었던 '크리스챤'씨가 아닙니까?"
'크리스챤'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아니, 그런데 벌써 내가 가르쳐준 길을 포기했단 말이요? 나는 분명히 당신에게 좁은 문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는데 왜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고 있는거요? 이렇게 빨리 그 길을 포기했단 말이요?"
"저는 '낙심의 수렁'을 겨우 빠져나온 후에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나의 짐을 벗겨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언덕 너머에 있다는 그의 말에 솔깃했지요. 저는 어서 빨리 이 짐을 던져 버리고 싶었어요. 그는 또한 당신이 가르쳐 주신 길보다 더 좋은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길로 와 보니 이런 무서운 광경이 있지 뭡니까!"
'전도자'의 조언(助言)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전도자'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스챤'은 떨면서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크리스챤'씨, 당신은 '세상 지식인'이나 '적법', '정중'같은 자들의 말을 믿어서는 결코 안돼요. 그들의 말은 모두 하나님의 말씀과 반대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겐 당신의 짐을 벗겨 줄만한 능력이 없어요. 그들은 모두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짓으로 가득찬 자들이오."
좁은문으로의 재출발
'전도자'의 꾸짖음을 듣고 난 '크리스챤'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고 그 동안의 일을 후회했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전에 갔던 길로 서둘러 되돌아갔습니다.
'크리스챤'은 '세상 지식인'의 유혹에 넘어간 그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결코 안전치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길을 가는 중에 그 누가 말을 걸어와도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치 금지구역을 걷고 있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걸어갔습니다. '크리스챤'은 과연 자기가 '전도자'가 인도해 준 좁은 문에 이를 수 있을지 불안해 했습니다.
그의 책에서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고 쓰여진 구절을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2장
해설자의 집(The Interpreter's House)
'무지', '게으름', '거만'과의 만남
한참 후 나는 '크리스챤'이 강가 근처의 들판을 걷고 있는 것을 꿈속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옆에는 세 남자, '무지'와 '게으름'과 '거만'이 단잠을 자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들 세 사람의 발에는 모두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들을 보고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거친 벌판에서 쇠사슬을 단 채 자는 것은 거친 파도를 만나 침몰될 위험이 있는 돛단배 위에서 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여겼습니다. '크리스챤'은 그들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삶에 무관심한 세 방관자
"이것 보세요. 어서 일어나세요! 당신들은 매우 위험한 잠을 자고 있어요. 제가 이 쇠사슬을 풀어 보도록 할테니 어서 일어나요." 그러자 그들 세 사람은 '크리스챤'을 한번 힐끔 보더니 귀찮다는 듯이 각자 한마디씩 했습니다.
"위험하다니요! 천만에요!" '무지'가 말했습니다. "아, 난 더 자야겠소." '게으름'이 그의 말을 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거만'이 말했습니다. "대체 당신이 누구길래 남의 일에 참견하는거요?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소. 인간은 다 제 힘으로 살아가게 마련인 것이오."이렇게 말하고는 그들 세 사람 모두는 또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스챤'은 자신의 길을 향해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는 위험에 빠진 그들을 도와주려고 한 자신의 친절을 오히려 귀찮게 여겼던 그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좁은 문 앞에서의 '악마'의 시험
그 후로도 '크리스챤'은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떤 문이 보였습니다. 마침내 좁은 문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화살이 그의 곁을 휙 스쳐 지나가 나무로 만들어진 대문에 꽂혔습니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보았습니다. 좁은 문의 반대편을 바라보니 견고해 보이는 성이 칠흑같은 어둠속에 우뚝 서 있었으며, 그 주변에 있는 험악한 모양의 물체들도 보였습니다.
'크리스챤'은 얼른 좁은 문에 쓰여져 있는 글귀를 바라보았습니다.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마 7:7)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힘껏 문을 두드리는데 두 번째 화살이 또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문지기 '선의'와의 만남
"누가 왔소?" 문 안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크리스챤'은 즉시 대답했습니다. "나는 '멸망의 도시'에서 이곳을 찾아 온 나그네입니다. 지금 저는 등에 짊어진 짐으로 매우 고통스러워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좁은 문을 찾아 왔습니다."
그러자 문지기인 듯한 사람이 좁은 문을 열어 '크리스챤'을 맞아 들였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선의'였습니다.
악마의 정체를 말해주는 '선의'
"이 화살들은 어디서 날아온거죠?" '크리스챤'은 이상히 여기며 물어 보았습니다.
"바알세불이라는 악마의 성에서 날아온 것들이오. 그곳에 있는 사악한 자들은 좁은 문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을 시기하여 늘 화살을 쏘지요. 당신은 참 재수가 좋은 사람이구려. 그들의 화살을 피해 살아서 여기까지 들어왔으니."
그러자 '크리스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이곳에 들어와 기쁘기도 하지만 그 화살을 생각하면 아직도 온 몸이 떨리는군요."
여정의 일들을 설명하는 '크리스챤'
"이곳에는 당신 혼자 오셨나요?" '선의'가 묻자 '크리스챤'이 대답했습니다. "저의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앞으로 임할 멸망과 죽음에 대해 누누이 말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그들은 세상의 안락에 푹 빠져 있거든요."
"그럼 당신을 따라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단 말이요?" '선의'가 물었습니다.
"있었어요. '유약'이라는 사람이었어요. 함께 길을 가다 '낙심의 수렁'에 빠졌었는데 그때 그만 포기하고 돌아갔지요."
"딱한 친구 같으니라구! 그런 고통하나 참지 못했단 말이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당신과 함께 이곳에 있지 않았겠쇼?" '선의'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습니다.
"사실 '유약'과 마찬가지로 저도 '세상 지식인'의 유혹에 빠져 이곳에 못 올 뻔했어요. 갈 길이 암담하여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전도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그를 만나지 못했었다면...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등에 짊어진 이 짐 때문에 늘 괴로웠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선의'의 조언(助言)
나는 '크리스챤'이 등에 있는 짊을 내려 줄 수 있는지 '선의'에게 다시 물어보는 것을 꿈 속에서 보았습니다.
"그것은 제 권한 밖의 일이에요. 아마 어느 누구도 그 짐을 벗겨 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 곧고 좁은 길을 따라가 보세요. 구원의 장소에 이르러서야 당신은 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오."
'해설자'의 집에 도착
그래서 '크리스챤'은 다시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그곳을 떠났습니다. "아, 이번에는 또 얼마만큼이나 더 가야 하나!"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지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계속 걷다 보니 '선의'가 알려준 '해설자'의 집이 보였습니다. 그 집을 보니 그의 말대로 분명 자신의 소망을 이룰 것 같았습니다. 결코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집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이 문을 두드리자 주인인 듯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저는 시온 성에 가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이 곳에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기에 이렇게 왔습니다." '크리스챤'이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오."라며 '해설자'가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해설자'의 설명
곧이어 '해설자'는 '크리스챤'을 먼지투성이인 거실로 안내했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어떤 하인이 나와 그곳의 먼지를 털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렇게 먼지가 많은지 '크리스챤'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을뿐더러 몸을 가눌 수조차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본 '해설자'는 "물을 뿌린 다음 청소하시오."라고 하인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렇게 하자 청소하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하인은 신이 나서 쓸고 닦고 했습니다.
이때 '해설자'가 말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소? 이제 내 말을 주의하여 들으시오. 먼지는 바로 인간의 죄를 말하는 것이오. 즉 이 거실은 더러워진 인간의 영혼을 보여 주는 것이죠. 하지만 하나님의 은총이 임하면 인간의 영혼도 이렇게 쉽게 깨끗해질 수 있답니다."
쇠창살에 갇힌 사나이의 비참한 모습
다시 꿈 속에서 '해설자'가 '크리스챤'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방으로 안내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크리스챤'은 쇠창살에 갇혀 있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두 손을 움키어 쥔 채 어설프게 쪼그리고 앉아 땅바닥만 보고 있었으며 괴로운 듯이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참으로 처량한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곳에 있나요? 하도 이상하여 '크리스챤'이 물었습니다. 그러나 해설자는 "당신이 직접 물어 보시오." 라고만 답변할 뿐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당신은 왜 이런 처지에 놓여 있나요?"
"나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믿음이 좋은 신자였고 나 또한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자신했었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세상적인 안락이나 기쁨 따위에 잠시 한눈이 팔렸었어요. 그 결과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런 모습이 되었답니다. 이제는 내가 추구했던 것들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나를 꺼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답니다." 그가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해설자'가 '크리스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 당신이 본 일을 잊지 마시오." 그리고는 아까 들어왔던 비슷한 모양의 문으로 '크리스챤'을 이끌고 갔습니다.
다시 용기를 얻은 '크리스챤'
그 문 옆에는 어떤 사람이 책상에 앉아 있었고 그 책상 위에는 책 한 권과 잉크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문을 통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이 아주 단단히 무장을 한 채 그 문을 지키고 서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은 매우 무섭고 근엄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그 문에 들어가려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다만 그 자리에서 웅성거리며 서성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그들 무리중에서 용감하게 보이는 어떤 사람이 그 문 곁으로 갔습니다.
"내가 들어갈테니 이름을 적어 주시오."라고 말하고서는 칼을 빼어 들더니 문 쪽으로 거침없이 나아갔습니다. 그러자 문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를 필사적으로 방해했습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안간힘을 썼습니다. 결국 그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겨우 그 문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이제야 깨달았어. 이 세상의 어떠한 방법도 결코 나를 지켜 주지 못해. 오직 참된 용기만이 나를 구할 수 있어.'
'크리스챤'은 용감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용기를 얻은 그는 서둘러 길을 갔습니다.
무거운 짐에서 해방된 순례자
나는 꿈을 꾸면서 왜 유독 '크리스챤'의 등에만 무거운 짐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멸망의 도시'에 있을 때 '크리스챤'은 그다지 자신의 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마치 필사적으로 싸우는 싸움터의 전사마냥 자신의 짐을 벗어 던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또 꿈 속에서 '크리스챤'이 벽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길을 따라 무거운 짐을 진 채 헉헉거리며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벽은 '구원'이라는 이름의 벽이었습니다.
그는 그 길을 달려가다가 언덕 밑에서 한 열린 무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갔더니 언덕 위에 십자가가 꽂혀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자리에 섰습니다. 그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밟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토록 그를 괴롭혀 왔던 무거운 짐이 벗겨졌습니다. 언덕 아래로 떼굴떼굴 굴러간 짐은 열린 무덤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저 십자가를 바라보았을 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무거운 짐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직접 목격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놀라운 나머지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크리스챤'의 등에는 무거운 짐보따리가 없었습니다. 비로소 그는 그토록 소망했던 죄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세 천사들의 인도
그 때 천사처럼 보이는 세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났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이제 죄에서 해방되었도다."
다른 한 사람은 그에게 헌 누더기대신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 옷을 입혀 주었고, 또 다른 사람은 두루마리를 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것을 잘 간수하시오. 이 두루마리가 없으면 천국문에 들어갈 수가 없소."
'크리스챤'은 앞으로도 몇 배나 더 많은 고통이나 위험 따위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크리스챤'은 마음이 흐뭇하고 기쁜 나머지 팔짝거리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참된 용기를 가진 자는 그를 인도하는 자를 보겠네. 이곳에 온 자는 그 모든 죄에서 해방되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기뻐 뒤겠네.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한 결심을 약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제3장
고난의 언덕(The Hill Difficulty)
'형식주의', '위선'과의 만남
'크리스챤'은 이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에서 어떤 두 사람이 담을 넘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형식주의'와 '위선'이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충고하는 '크리스챤'
'크리스챤'이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이것 보세요. 당신들은 어디에서 온 사람들입니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허영'이라는 곳에서 왔어요. 그리고 지금 천국이라는 곳에 가는 길이오."
근데 왜 도둑같이 담을 넘어서 들어 왔나요? 좁은 문이 있지 않소?"
'크리스챤'이 이렇게 추궁하자 그들은
"우리가 좁은 문을 이용했더라면 아직도 이곳에 오지 못했을 것이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지름길을 좋아하지요. 오랫동안 내려온 관습이라오. 약간의 규칙을 어기는 것이긴 하지만 크게 잘못된 일은 없지 않소?"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크리스챤'은 그들을 타일렀습니다.
"나는 주의 말씀에 따라 엄연히 허락을 받고 들어왔지만 당신들은 제멋대로 들어온거란 말이오."
그러자 그들은 겸연쩍어 씩 웃고는 그저 잠자코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천국으로 향하는 길에 세 사람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계속 걸어가다가 세 갈래 길에 이르는 것을 꿈속에서 보았습니다. 왼편과 오른편 길은 넓게 트여 있었고 다른 길 하나는 언덕과 곧장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주 좁다란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고난'이라 불리웠습니다.
세 사람이 망설이며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형식주의'는 왼편으로 난 넓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길은 무성하고 음침한 숲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은 바로 다시 나오지 못할 '위험'이라는 길이었습니다. '위선'은 어떤 길을 택했는지 아십니까? 그는 오른편에 나있는 길을 택했는데 그 길은 늪과 언덕이 도처에 깔려있는 '멸망' 이라는 길이었습니다. 아마 그 길을 걷다 보면 쓰러지고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좁은 길을 선택한 '크리스챤'
이제 '크리스챤'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우선 곁에 있는 샘물을 들이마셔 기운을 차린 다음 두 갈래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언덕을 향하여 곧게 뻗어 있는 좁은 길로 발걸음을 기운차게 내딛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크리스챤'은 그 길에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신나게 올라가더니 마침내는 손과 무릎으로 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일까요? '크리스챤'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지쳐 버렸습니다.
정자(亭子)에서의 휴식
그 때 언덕 중간쯤에 아주 아담하게 지은 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그곳으로 달려가 우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곳은 언덕의 주인이 언덕을 오르느라 지쳐버린 나그네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잠시 숨을 돌린 다음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전에 받아 두었던 두루마리를 꺼내어 읽었습니다. 또 그때 얻어 입은 예쁘게 장식된 겉옷을 뿌듯해하며 만져 보았습니다. 그러나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감싸자 그는 곧 단잠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 '크리스챤'은 자신의 손에서 두루마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겁쟁이', '의혹'과의 만남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서야 눈을 뜬 '크리스챤'은 깜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많이 지체됨을 알고는 언덕을 향해 열심히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있는 쪽으로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어떤 두 사람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겁쟁이'와 '의혹'이었습니다.
두려움에 갈등을 느끼는 '크리스챤'
'크리스챤'이 두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당신들은 언덕을 도로 내려오시나요?"
"우리는 천국으로 가는 자들이라오. 부지런히 올라가려고 했지만 가면 갈수록 힘든 일만 겪었지요. 정말 '고난의 언덕'은 너무나 힘든 곳이에요." '의혹'이 '겁쟁이'의 말을 받아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내려온 것이라오. 그 중 가장 우리를 겁나게 한 일은 두 마리의 사자를 만난 것이었어요. 이놈들이 깨어 있는지 잠자고 있는지 분간하기가 힘들지 뭡니까! 꼭 우리를 잡아먹을 것만 같아 얼른 도망쳐 왔어요."
그들은 여전히 겁에 질린듯한 표정으로 황급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크리스챤'은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내려가는 그들을 보면서 '크리스챤'은 얼떨떨해졌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죽게되는 것이 아닐까?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죽게될 건 마찬가지고. 아!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하지?"
잃어버린 천국 허가증서
이런 생각에 깊이 잠겨 있던 '크리스챤'은 이제껏 도움을 주었던 그의 두루마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겉옷 속에 손을 넣어 보았지만 두루마리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어딘가에 떨어뜨린 것이 확실했습니다. 두루마리는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허가증서나 마찬가지였기에 그것이 없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다시 찾은 천국 허가증서
달리 방도가 없었으므로 '크리스챤'은 가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부주의함을 나무라며 슬피 울며 내려가는데 날이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게다가 음침한 바람과 함께 이상한 소리까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무사히 그 정자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정자에 '크리스챤'이 그렇게 찾았던 두루마리가 있는 게 아닙니까? '크리스챤'은 두루마리를 두 손에 쥔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쳤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하지?'
말씀의 위로를 받음
아직 완전히 날이 저물지 않았기에 '크리스챤'은 두루마리를 꺼내어 읽었습니다.
"더 좋은 나라를 구하라. 곧 하늘나라이니라." 그는 이 말씀에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름다움'성을 발견
언덕을 한참 올라가다 보니 으리으리한 궁전의 망대가 치솟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화려한 성이었는데 그 성의 이름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아! 저 성에서 하룻밤만 자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루마리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벌써 한참 갔을텐데. 괜한 고생을 이렇게 되풀이하다니."
두려움에 떠는 '크리스챤'
밤이 점점 으슥해지자 그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다시 후회하였습니다.
"나태의 잠아! 너 때문에 이렇게 무섭고 캄캄한 길에서 고생을 해야 하는구나!"
그 순간 사자 때문에 되돌아오던 '겁쟁이'와 '의혹'의 겁에 질린 모습도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사자들이 먹이를 찾다가 이런 나를 발견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하는구나! 도망이나 칠 수 있을까?"
'크리스챤'이 두려워하며 급히 서두르는 모습이 꿈 속에서 보였습니다. 사자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점차 가까이 들려 왔습니다. '크리스챤'이 좁은 길로 들어서자 약 200m쯤 되는 거리에 있는 문지기의 집이 보였습니다. 집 앞에는 두 마리의 사자가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순간 '아! '의혹'과 '겁쟁이'가 사자를 보고 도망쳤던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이제 나도 그들처럼 도망을 치는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문지기 '주시(注視)'의 도움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그를 보고 문지기 '주시'가 외쳤습니다.
"이봐요. 괜찮아요. 사자들은 묶여 있어요. 그러니 아무 생각말고 빛을 따라 길 가운데로 걸어 들어오세요."
'크리스챤'은 문지기의 말에 용기를 얻어 그가 가르쳐준 대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으르렁거리는 사자들을 보자 또다시 몸이 굳어졌습니다. 사자들은 양쪽 길가에서 으르렁거리며 그를 잡아 먹으려고 아우성이었고, 그를 낚아채기 위해 발톱을 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용감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집 앞에 이르렀습니다.
늦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크리스챤'
"죄송합니다만 하룻밤 신세를 좀 질 수 있을까요?"
문지기를 보자마자 '크리스챤'이 얼른 물었습니다.
"글쎄요. 어쩔지 모르겠군요. 사정에 따라 다르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왜 이곳에 오게 됐소?"
문지기가 '크리스챤'을 한번 훑어보더니 수상쩍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저는 '멸망의 도시'에서 도망쳐 온 '크리스챤'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천국으로 가는 중이요."
"벌써 날이 저물었는데 왜 이제서야 도착했소?"라고 문지기가 다시 묻자 '크리스챤'이 대답했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다 너무 지치고 피곤하여 잠시 산중턱에 있는 정자에서 눈을 붙였지요. 그런데 그때 그만 두루마리를 떨어뜨렸지 뭡니까! 그 사실도 모르고 전 게속 올라갔어요. 나중에 아무리 찾아도 두루마리가 안 보이길래 다시 정자로 내려갔다가 그걸 찾아오느라고 시간을 다 허비해 버렸어요. 안 그랬으면 벌써 도착했었을텐데."
'크리스챤'의 딱한 처지를 다 들은 문지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안됐군요. 그렇다면 이곳에 계신 아가씨 한 분을 모셔오겠소. 아가씨가 당신의 사정을 듣고 허락한다면 당신을 묵게 해 줄 수 있소. 그렇지만 허락하지 않으시면 당신은 이곳에 묵을 수가 없어요." 말을 마친 문지기 '주시'는 종을 울렸습니다.
'분별'과의 만남
종소리가 나자 '분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숙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타났습니다.
그 아가씨는 '크리스챤'에게 이곳까지 오면서 어떤 것들을 보았으며, 또 무엇을 만났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물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아가씨의 질문에 상소히 답변해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이어 아가씨는 '크리스챤'에게 말했습니다.
'분별'의 친절
"이 집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당신같은 나그네들을 잘 보살펴야할 책임이 있어요. 이 집은 순례자들을 위해 이 산의 주인이 마련해 놓은 것이거든요. 당신은 주님의 은총을 받으셨지요! 자, 어서 집으로 들어오세요."
'크리스챤'은 아가씨의 따뜻한 말에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후에 그는 아가씨와 자매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그들은 주님의 보호를 간구한 뒤에 각자의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녀들은 '크리스챤'을 이층에 있는 '평안'이라 불리는 넓은 방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 방은 참 아늑한 방이었습니다.
휴식을 취하는 '크리스챤'
그 방에서 '크리스챤'은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그에게는 힘을 재충전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비록 모르고 있지만 내일 무서운 '악마'와 싸워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제4장
악마와의 싸움(The Fight with Apollyon)
지체되는 여정
나는 꿈 속에서 먼동이 터오자 '크리스챤'이 순례의 길을 다시 떠나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집의 이곳 저곳을 두루 구경한 후에 떠나라며 그 집의 네 아가씨들, '인정', '경건', '신중' 그리고 '분별'이 '크리스챤'을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날씨가 화창해지면 기쁨의 산을 구경시켜 드릴게요."
그래서 '크리스챤'은 조금만 더 머물러 있기로 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
아침이 되자 그 아가씨들은 그를 지붕 위로 안내했습니다.
"저기, 남쪽을 보세요. 저 아름다운 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천국의 문이 보일 거예요."
'크리스챤'이 남쪽을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운 숲으로 우거진 산이 햇살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가씨들의 말을 들은 그는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천국에 들어가기에는 머나먼 길이 남아 있었고, 그 길은 걸어서 가야만 하는 길이었습니다.
'인정'의 질문
'크리스챤'이 다시 떠나려고 하자 아가씨들은 또 말렸습니다.
"가족이 있으세요? 결혼은 하셨나요?"
'인정'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예, 아내와 어린 아이들 넷이 있어요."
"그런데 왜 부인과 아이들은 데려오지 않으셨어요? 복을 함께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라며 '인정'이 다시 물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크리스챤'
이 말을 듣자 우리의 순례자 '크리스챤'은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오! 저는 제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 아내는 이 세상의 안락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했고, 아이들은 어리석게도 세상적인 쾌락에 빠져 순례의 길을 떠나는 걸 싫어했어요. 저는 그들을 설득하려고 많은 애를 썼지만 그들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저는 혼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을 지체시킨 이유
이젠 정말 모든 질문에 충분히 대답을 했다고 생각한 '크리스챤'은 길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아가씨들이 또 다른 질문을 계속했기에 그는 길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들은 그에게 무기 창고를 보여 줄 생각으로 그를 못가게 말렸던 것이었습니다.
무기 창고 구경
무기 창고는 성경에 나오는 무기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모세의 지팡이와 야엘이 시스라를 죽일 때 썼던 말뚝과 방망이, 또 기드온이 미디안 군대와의 싸움에서 사용했던 나팔과 반항아리와 횃불, 그리고 삼손이 사용했던 나귀의 턱뼈와 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썼던 물매와 돌도 있었습니다. 주님의 일꾼들이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데 사용했던 이런 물건들을 아가씨들은 '크리스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무장을 한 '크리스챤'
그리고 아가씨들은 갑옷을 '크리스챤'에게 입혀 주었습니다. 그것은 순례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집의 주인이 마련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그가 길을 가다 갑작스런 습격을 당해 위험한 지경에 놓이게 되었을 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투구와 갑옷을 입혀 준 아가씨들은 악독한 자가 찌르는 위험한 창들을 막을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방패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떠한 것이라도 다 자를 수 있는 신뢰할만한 검도 주었습니다.
또한 아무리 오래 신어도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는 신을 마지막으로 신겨 주었습니다.
아가씨들은 '크리스챤'에게 인간들의 해약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악마의 사악한 간계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렇게 무장을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믿음'에 대한 소식
완벽하게 무장을 한 '크리스챤'은 아가씨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황급히 대문가로 달려가 문지기에게 물었습니다.
"저, 혹시 이 길을 지나가는 순례자를 보았습니까?"
"그렇소. 어떤 순례자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오."
"혹 그가 누구인지 알고 계신가요?"
"그에게 이름을 물어 보았더니 그는 자기의 이름이 '믿음'이라고 하더군요." 문지기가 대답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그는 내 고향 사람일 겁니다. 지금쯤 그는 얼마만큼이나 앞서 가고 있을까요?"
"지금쯤 아마 산 언덕 아래쯤에 도착했을 거요." 친절하게 가르쳐 준 문지기에게 '크리스챤'은
"혹 빨리 서두르면 그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당신께 주님의 축복이 임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재촉했습니다.
겸손의 골짜기에 도착한 '크리스챤'
그러나 '크리스챤'은 그 날 '겸손의 골짜기'라 불리는 외딴 곳에 오게 되었을 뿐, '믿음'을 따라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 골짜기에서 '크리스챤'은 네 명의 아가씨들이 준 빵과 포도주와 건포도를 먹은 후 한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곧 어려운 일이 닥칠 것 같군." 그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나타난 괴물의 형체
그 때 갑자기 태양이 가리워지며 칠흑같은 어두움이 '크리스챤'의 주위에 짙게 깔렸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그런데 그 때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의 커다란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괴물의 키는 3m가 훨씬 더 넘는 것 같았고, 점점 그 모습이 뚜렷해짐에 따라 무시무시한 형체를 드러내었습니다. 그 괴물은 물고기처럼 비늘에 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용의 것과 흡사한 날개와 곰의 발같이 생긴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었고, 배에서는 연기와 불이 계속 솟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괴물 '악마'와의 대결
'크리스챤'은 그 괴물을 보자마자 그를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괴물의 이름은 '악마'였습니다. '크리스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을 가야 할지, 아니면 당당하게 '악마'에게 대항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망을 가게 되면 무기를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그것은 '악마'에게 약점을 보이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은 '악마'와 당당하게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악마의 교만
'악마'는 굉장히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서는,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크리스챤'을 내려다 보며 묻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어디에서 온 놈이냐?"
"나는 타락한 도시인 '멸망의 도시'에서 왔다."
라고 '크리스챤'은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내 수중에 있어야 할 놈들 중의 한 놈이구나. 그 도시는 나의 것이고 나는 바로 그 도시의 왕이란 말이다. 그런데 네 놈은 왜 그 도시에서 도망쳐 이 먼 곳까지 왔느냐?"
"물론 나는 그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하나님께 충성을 바친 몸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떻게 너의 지배를 다시 받는단 말이냐?"
'악마'의 회유(懷柔)
"그러나 너는 과거에 나에게도 충성을 바쳤었다.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나에게 용서를 빈다면 너의 모든 잘못들을 용서하여 줄 것이다." 싸우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오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말하건대 나는 네게 충성하는 것보다 그분께 봉사하고 충성을 바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고 있다. 내가 너에게 충성을 바쳤던 건 단지 어리석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이미 너는 하나님께 충실하지 못했었다. 넌 '낙심의 수렁'에도 빠졌었고 정자에서 잠들어 버려 두루마리를 잃어버리기도 했지 않았는가? 너는 속으로는 세상의 헛된 영광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악마'의 반박에 '크리스챤'은
"물론 나는 과거에 그런 잘못을 저질렀었다. 그러나 내가 섬기는 왕께서는 자비하신 분이시기에 내가 뉘우치고 용서를 빈다면 나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실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악마'의 정체
"나는 네가 좋아하고 섬긴다는 그 왕의 성품과 율법, 그리고 그의 백성들을 증오한다. 그는 나의 원수이다. 더군다나 자기 백성을 빼앗기려 할 왕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결코 너를 빼앗기지 않겠다. 이제라도 돌이켜서 다시 내게 충성을 바쳐라. 그러면 너에게 두 배로 보상을 해 주겠다."
'악마'가 '크리스챤'을 설득했지만 '크리스챤'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따르게 되면 결국에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너는 멸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네 밑에 있는 자들도 결국은 죽음의 삯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자 '악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네가 이제까지 한 말이 진심이라면, 넌 이제 내 손에 죽을 준비나 하여라!"
'크리스챤'의 용기
"'악마'!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라! 나는 지금 거룩한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 중임을 잊지 말아라! 그러므로 너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라고 '크리스챤'도 외쳤습니다. 그러나 '악마'는 끝까지 길을 막고 버티어 서서 '크리스챤'의 앞길을 방해했습니다.
"나는 네가 가는 순례의 길을 중지시키겠다고 이미 지옥에서 맹세를 했었다. 자, 그렇게 고집을 부리니 이제 여기에서 네 영혼을 끝장내주마!"
전투의 시작
이 말과 동시에 '암가'는 '크리스챤'에게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창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에게는 믿음직스러운 방패가 있었기에 그 창을 능히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크리스챤'도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재빨리 신뢰할 만한 칼을 빼들었습니다.
그러자 '악마'가 더욱 가까이 '크리스챤'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창을 우박이 쏟아지듯 사정없이 퍼부었습니다.
부상당한 '크리스챤'의 기대
필사적인 노력을 다해 그 창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가 입은 새 갑옷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손과 발, 그리고 머리에 부상을 당해 땅에 쓰러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은 끝까지 남자로서의 용기를 붙잡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크리스챤'은 혹 지나가는 여행자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오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근방 사람들은 모두 겁쟁이였습니다. 그들 중 아무도 '크리스챤'을 도와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암가'와 대결하는 것보다는 넓고 편안한 길로 돌아가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전투의 상황
'크리스챤'과 '악마'와의 싸움은 거의 반나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그곳에서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할 것입니다. '악마'가 얼마나 크게 괴성을 질렀으며, '크리스챤'은 얼마나 많은 신음소리를 토해냈는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알아야만 합니다.
'크리스챤'은 몸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힘을 잃어 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악마'의 우세
이러한 기회를 포착한 '악마'는 '크리스챤'에게 바짝 접근해 왔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아주 세게 밀어뜨렸습니다.
그 순간 '크리스챤'은 그만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악마'는 "이제는 너도 끝장이다."라고 소리치더니 '크리스챤'을 엎어 놓고는 꼼짝 못하도록 등을 내리눌렀습니다. '크리스챤'은 이제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크리스챤'의 반격
그러나 '악마'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는 '크리스챤'으로 손을 뻗쳐 떨어뜨린 칼을 집게 하셨습니다. '크리스챤'은 외쳤습니다.
"'악마' 야! 나를 이겼다고 기뻐하지 말아라. 나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일어선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악마'를 찔렀습니다.
'크리스챤'에게 승리를 주신 하나님
'악마'는 '크리스챤'의 반격에 치명상을 입은 듯 아주 무시무시한 신음소리를 내며 비틀거렸습니다.
'악마'는 피를 많이 흘리면서 용의 날개 같은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는 멀리 날아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크리스챤'의 얼굴엔 미소가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토록 치열했던 싸움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챤'은 끝까지 힘을 주시고 또한 자신을 구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생명나무를 통한 상처 치유
그러나 싸움은 비록 이겼지만 '크리스챤' 역시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나머지 죽게 된다면 승리를 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승리케 하신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자비하심으로 그를 돌보셨습니다. 그래서 그를 어떤 나무 아래로 인도하셨는데, 그 나무는 바로 생명나무였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나무의 잎을 따서 상처에 발랐습니다. 그랬더니 상처들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는 기운을 차린 후 '아름다움'이라는 성의 아가씨들이 주었던 그 포도주와 빵을 다시 꺼내 먹었습니다.
겸손의 골짜기를 벗어나는 '크리스챤'
이제 새로운 힘을 얻은 그는 골짜기 끝을 향해 여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 생명나무 밑에다 투구와 갑옷을 다 벗어 두고 왔습니다. 그렇지만 신뢰할만한 칼만은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악마' 말고도 또 다른 적들이 나타날지도 몰라."
라고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정말로 그가 생각했던 대로 그의 앞에는 몹시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5장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죽음이 드리워진 골짜기의 모습
나는 꿈 속에서 '악마'와의 그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겸손의 골짜기에서 또다른 골짜기로 들어가는 '크리스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골짜기는 물조차도 모두 말라서 황량했으며,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마치 죽음의 침묵과도 같은 성적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 골짜기는 '크리스챤'이 가 본 그 어떤 곳보다도 가장 어둡고 음침한 골짜기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크리스챤'은 '악마'와의 싸움보다도 더 어렵고 힘든 시험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시험의 시작
이 새로운 골짜기에서의 시험은 음침한 나무숲에서 갑자기 두 사람이 뛰쳐나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돌아가시오. 더 이상 가지 말고 돌아가시오."
"왜요? 왜 돌아가라는 겁니까?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두 사람의 경고
"무슨 일이냐구요? 생각하기도 끔찍해요. 골짜기가 워낙 칠흑같이 캄캄한 데다가, 그곳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한 저주받은 자들의 신음소리만이 가득할 뿐이라오. 아주 혼돈스럽고 으시시한 골짜기라오. 질서나 광명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어요. 어쨌든 이 골짜기는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 덮여 있는 골짜기라오."
"그렇지만 이 골짜기를 지나지 않고서는 천국으로 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크리스챤'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하지만 우리가 당신이라면 절대로 그 길로는 가지 않을 거요."
이 말을 마친 두 사람은 공포에 사로잡혀 '크리스챤'에게 손을 흔들고는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크리스챤'이 걸어가야 할 길의 상태
두 사람의 경고를 듣기는 했지만 '크리스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에 칼을 든 채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길은 급격하게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좁은 길의 오른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아주 깊은 도랑이 있었습니다. 그 도랑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빠진 후 헤어나오지 못해 비참한 최후를 맞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챤'의 왼편으로는 아주 위험한 늪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한번 빠져 들어가기 시작하면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자리를 결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 나올 수가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어두움으로 인해 가중되는 위험
또한 그 주변 전체는 한치 앞도 못 볼 정도로 캄캄했기 때문에 '크리스챤'이 왼편의 늪을 피하려고 움직이면 어느 새 오른편에 있는 도랑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은 다음에 내딛는 발걸음이 그의 마지막 발걸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시험의 시작
그런데 어느 정도 가다 보니 그 길의 앞쪽에서 타오르는 불빛이 보였습니다. 불빛을 발견한 '크리스챤'은 이제는 힘겨운 시험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챤'이 그렇게도 기뻐했던 그 불빛은 바로 지옥의 입구로부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지옥의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솟아나오고 있었습니다. 또한 음산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웅웅거리는 부산한 날개짓 소리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낙담하는 '크리스챤'
이런 상황이었기에 '악마'와 싸울 때 '크리스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던 그 신뢰할 만한 칼도 여기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순간 순간 '크리스챤'은 그것들의 강한 힘에 의해 자신이 지옥의 깊고 깊은 바닥으로 떨어져, 그곳에서 영원히 고통속에 괴로워하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각오를 새롭게 하는 '크리스챤'
여기저기서 웅웅거리며 귀를 울리는 이같은 소리들은 '크리스챤'이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낙심하며 돌아가게 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아마 이 골짜기의 절반 가량은 왔을 거야. 그리고 되돌아가는 길도 앞에 있는 위험만큼이나 많은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나아가기로 마음 먹고는 칠흑같은 어둠을 향해 비장한 목소릴로 외쳤습니다.
"나는 주 하나님의 능력을 위지하며 당당히 나아 가리라."
그러자 그 소리들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험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귀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챤'의 귀에 대고 사악한 말들을 속삭이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스챤'은 그 말들이 자기의 마음 속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자신이 그런 사악한 생각들을 한다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그가 겪은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더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가 어찌나 괴로워하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크리스챤'이 용기를 얻게 된 이유
바로 그 순간 '크리스챤'은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앞에 가는 어떤 사람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내가 비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해 받음을 두려워 하지 않나니 이는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그 소리를 듣고 그는 곧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 때문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이 골짜기 안에 자기 외에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째,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자신과도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셋재, 그는 자신의 앞에 가는 자들을 빨리 뒤쫓아 그들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둠을 물리치는 빛
이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크리스챤'은 자신의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났습니다. 그는 밝은 햇빛을 통해 그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던 지옥의 괴물들과 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날이 이미 밝아졌기 때문에 그것들은 '크리스챤'에게 위협을 가할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챤'은 성경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망의 그늘로 아침이 되게 하셨도다."
[옮긴글]
'**은혜의 마당** > 복음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훼의 예언적 캘린더-시편119 Ministries (0) | 2013.04.26 |
---|---|
[스크랩] 창골산에서 바라본 사이비 목사 40훈 (0) | 2013.04.25 |
유비쿼터스 4탄 - caleb정 (0) | 2013.04.06 |
The Passion of the Christ (0) | 2013.03.30 |
1 1/2 MINUTE SERMON(강추!!!!) (0) | 2013.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