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광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좋은 글, 감동 글은 우리마음의 양식이며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갖게 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림 ; Pablo Ruiz Picasso, Portrait of Dora Maar, 1937)
광주에서 이름 석자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할머니 한 분이 있었습니다. 특히 '말'이라면 청산유수라 누구에게고 져 본 적이 없는 할머니이었답니다. 이를테면 말발이 아주 센 초로의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똑똑한 며느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 며느리 역시 서울의 일류 명문학교를 졸업한 그야말로 '똑 소리'나는 규수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저 며느리는 이제 죽었다!"라며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시어머니가 조용했습니다. 그럴 분이 아닌데 이상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들어올 때 시어머니는 벼르고 별렀습니다. 며느리를 처음에 "꽉 잡아 놓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켰습니다. 생으로 트집을 잡고 일부러 모욕도 주었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천만 뜻 밖에도 의연했고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며느리는 그때마다 시어머니의 발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시어머니가 느닷없이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워 왔느냐?" 하고 생트집을 잡았지만 며느리는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배워 온다고 했어도 시집와서 어머니께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가르쳐 주세요."
다소곳하게 머리를 조아리니 시어머니는 할 말이 없습니다.
또 한 번은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느냐?"며 공연히 며느리에게 모욕을 줬습니다.
그렇지만 며느리는 도리어 웃으며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봐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해요, 어머니!"
매사에 이런 식이니 시어머니가 아무리 찔러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무슨 말대꾸라도 해야 큰소리를 치며 나무라겠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것인지 뭐라고 한마디 하면 그저 시어머니 발밑으로 기어들어 가니 불안하고 피곤한 것은 오히려 시어머니 쪽이었습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저쪽에서 내려가면 이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내려가면 반대로 저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됩니다. 사람들은 먼저 올라가려고 하니까 서로 피곤하게 됩니다. 나중에 시어머니가 그랬답니다.
"너에게 졌으니 집안 모든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시어머니는 권위와 힘으로 며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며느리가 겸손으로 내려가니 아무리 어른이라 해도 겸손에는 이길 수 없었던 것이지요.
내려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죽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겸손보다 더 큰 덕목은 없습니다. 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올라간 것입니다. 아니, 내려가는 것이 바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썩지 않고 맛있게 발효되는 인간은 끊임없이 내려가는 사람입니다. 겸양과 비우기를 위해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명심할 일입니다.
비우고 내려 놓으면서 자신의 잣대를 아는 이, 부단히 비우고 내려 놓으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 끊임없이 비우고 내려 놓으면서 항상 잠자는 영혼 일으켜 세우는 이...이렇게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행복을 차지한 현자(賢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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