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옆 가로등 불이 아직 환하다.
행여 남편이 잠에서 깰세라 살며시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다 보니,
새삼 살아있음이 감사하다.
오늘은 사업 실패와 병마로 주저앉아 있던 남편이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오늘따라 양파가 왜 이리 맵냐며 투덜거렸다.
도시락을 내밀며 남편 얼굴을 쳐다보니
듬성듬성 난 흰 머리카락 몇 올이 유난희 눈에 띈다.
많은 세월, 저 얼굴에 대한 애증으로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안고 속울음을 많이도 쏟았다.
계모 밑에서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란 남편과
그저 도피처로 결혼을 택했던 나,
처음부터 우리의 결혼생활은 엇박자였다.
조그맣게 꾸려가던 자영업이 부도나고,
몇 년의 고생 끝에 겨우 한숨 돌리고 허리를 펴나 싶더니,
어느 날 덜컥 남편한테 찾아온 달갑잖은 병마.
오랜 투병으로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짜증과 폭언이 늘어가던 남편.
그런 남편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며칠 전에는 남편이
"당신은 내게 있어 나침반이야. 고맙고 미안해.
다음 생에 내가 다 갚아 줄께." 라며 슬며시 손을 잡았다.
예상치 못한 남편의 애정 표현에
"여태껏 산 것도 징글징글한데 다음 생애 또 만나자고?
에구 무서워." 하며 달아났다.
15년 가까운 세월을 집에 갇혀 있다가
성치 않은 몸으로 첫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당신, 잘할 거야. 사랑해"
<다시 묵상하기,
서신 가족 김인숙 님께서 보내 주셨습니다.
『행복한 동행』 2010년 6월호,
김영순 님의 "당신, 잘할 거야"에서>
오늘의 단상
어린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영혼이 되면, 하나님의 음성도 듣게 됩니다. <以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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